잊을 만하면 나타나고, 사라졌는가 싶으면 다시 고개를 든다. 각설이처럼 죽지도 않고 또 온다. 1990년대 초 사회주의권 몰락 때, 김일성 사망 때, 김정일 건강 이상 때, 김정일 사망과 김정은 세습 때 그랬다. 이번엔 ‘통일대박’이란 다른 얼굴을 하고 왔다. 벌써 5번째다. 이제 북한붕괴론은 반복학습을 통해 국민상식으로 자리 잡았다. 정말 북한은 째깍거리는 시한폭탄이 내장된 체제인가.

 

보통 북한붕괴론은 이데올로기 기능 약화, 정통성 상실, 경제난, 주민들의 불만, 부정부패, 국가 능력의 약화와 같은 구조적 결함을 나열하고는 바로 그 때문에 무너진다고 주장한다. 체제를 유지하는 구조가 있고 그게 없으면 붕괴한다는 일종의 구조결정론이다. 이는 붕괴가 구체적 상황이라는 걸 무시한다. 구조는 붕괴의 배경일 뿐 붕괴를 일으키지 않는다. 붕괴는 붕괴라는 정치적 사건을 필요로 한다. 그게 아직 북한이 붕괴하지 않은 이유다. 설사 정통성 상실, 주민 불만, 경제난과 같이 사회경제적 조건이 나쁘다 해도 저항이 자연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위기는 기대와 실망의 차이가 클 때, 즉 상대적 박탈감이 있을 때 발생한다. 현재 북한에는 체념과 냉소뿐 기대를 불러일으킬 만한 게 없다. 중국인의 저항은 수천만명이 굶어죽은 대약진운동 때가 아니라 개혁·개방 10년이 지난 1989년 천안문에서 폭발했다.

 

 

(경향DB)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해도 불만을 조직하는 세력, 선호하는 대안, 공포 없이 집단행동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야 저항이 일어난다. 이건 북한에서 가까운 미래에 불가능하다. 저항한다 해도 바로 위기가 오는 게 아니다. 정치체제의 개방성, 지배세력의 불안정성, 지배세력 내 저항 동조 집단, 억압 능력과 의지의 결여와 같은 정치적 기회가 열려 있어야 한다. 북한에는 4가지 중 하나도 해당되는 것이 없다. 북한은 스탈린 체제보다 더 폐쇄적이다. 당·군 간부에 대한 감시·통제·처벌을 위한 장치는 매우 정교하며 효율적이고 잘 작동한다. 북한 같은 전체주의 체제는 개인에 대한 침투를 특징으로 한다. 전 사회를 그물망처럼 얽어매고 있는 당·정·군·보위기관의 4중 통제체계는 소수의 반체제 활동도 허용하지 않는다. 지배세력은 고도로 동질적이다. 권력에 가까울수록 야심가형보다 고지식하고 충성심이 검증된 인물들이 배치되어 있다. 권력 내 반대파벌이 형성될 계기가 없다.

 

체제 유지에 가장 중요한 것이 국가의 억압 능력과 의지다. 공포 통치, 지도자 명령이면 산을 옮기고 바다를 메운다는 선군정치는 북한이 그 조건을 잘 갖추고 있음을 증명한다. 쿠데타, 내전, 파벌 갈등에 의한 정권 교체는 무리한 논리 비약과 문학적 상상력을 겸비했을 때만 가능한 일이다. 역사는 시민 저항보다 지도부 스스로 개혁하기로 했을 때 체제가 전환되었음을 알려주고 있다. 소련·동유럽에서 경제위기·저항은 심하지 않았다. 이들 체제는 도전에 맞서서가 아니라 주도적으로 변화하려 했기 때문에 기회의 창을 열어주고 무너졌다. 알렉시스 드 토크빌은 “문제 정권에 가장 위험한 순간은 그 행태를 고치고자 시도할 때”라고 했다.


지금까지 북한 체제 변화에 관한 어떤 시나리오도 남한이 개입할 여지를 두지 않았다. 좀 더 기다리면 기회가 올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지 않기 바란다. 붕괴가 뭔지도 모르면서 기다리는 건 아무래도 이상하다. 만에 하나 김정은 정권에 결정적 위기가 왔다고 치자. 그때도 집권세력의 개혁을 통한 안정 회복, 갈등 세력 간 타협에 의한 순조로운 전환, 개혁 정권 혹은 자유주의 정권으로의 교체 등 변화 경로가 다양하다. 이 중 어느 걸 붕괴라고 하는 건가? 꽃병이 산산이 부서져 없어지듯 김정은 정권이 무너지면서 북한이라는 국가도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걸 의미하나? 일부 중동 국가나 소말리아가 무정부 상태에 가깝지만 국가는 소멸하지 않았다. 외부 개입도 맘대로 못했다. 북한이 그런 지경에 처해도 마찬가지다. 그곳에 2000만명의 주권자가 있는 한 북한은 그들의 것이다. 개입이든 접수든 흡수든 그들의 의사에 반하는 건 도발이고 침략이다.

 

어느 날 갑자기 북한이 사라질 때 북한을 통째로 손에 쥐겠다는 횡재수를 꿈꾸며 허송세월하는 건 자유다. 그러나 “통일은 도둑처럼 온다”는 비과학적 주술이 통일정책을 대신하게 놔둘 수는 없다. 그때를 기다리느니 고도를 기다리는 게 낫다. 북한은 태엽을 감아 놓은 시계처럼 정해진 운명을 따라가는 기계가 아니다. 붕괴할 운명에 처한 것이 있다면 북한이 아니라 북한붕괴론이다.


Posted by 경향 이대근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ㅅㄹ 2016.05.28 17: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관련발생근거(1) : 성매매특별법
    § 내용 :
    ○요약(1 ) : 평택*성환경찰은 "우리나라는 구심점이없다"고 헌법을 비방하며 왕권정치를 해야된다고 주장하는者들입니다. 헌법前文과 헌법全文을씹는 者들입니다.(청심회두목김형규와 부두목김지권일당과 이영준 최부림 재일이 이석종 일당의주범임)
    ○요약(2) : 평택*성환경찰은 "악법도 법이다"라고 헌법을씹는 者들이며, 전제군주제와같은 왕권정치를 해야된다고 주장하며 헌법전문을씹는(헌법청산을 주장*기도하는)者들입니다.
    ○요약(3) : 평택*성환(천안서북)경찰은성문헌법을 娼女Sex라고 비방하는者들이며,동시에 일제시대와 이토히로부미를 찬양하며 일제의식민통치를 해야된다고주장하는 者들입니다.

    § 평택 성환(천안서북) 서초경찰서장일당은 성문헌법을창녀Sex라고비방하는者들이며,전제군주제와같은 왕권정치를해야된다고 주장하며 헌법전문을씹는 者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