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안철수 간, 주류·비주류 간 일련의 갈등 과정에서 어느 한쪽만 잘못하거나 잘한 경우를 찾기는 쉽지 않다. 균형을 맞추자고 하는 말이 아니다. 그들은 어떤 계기든 제각각 자기 몫의 실책과 실수를 했다. 그래서 지금 누구를 비판해도 ‘맞는 말을 한다’고 박수받을 수 있다. 이게 야당 분열의 비극이다. 만일 누구 한 명에게 책임을 지울 수 있다면 야당 문제는 해결 가능한 문제다. 오늘은 안철수 이야기를 해보자. 새로운 인물을 키우지 못하는 야당 조직의 한계와 같은 문제는 관두고 안철수 개인에게 초점을 맞춘다. 그의 잘못은 문재인의 잘못과 책임에 가려져 충분히 조명되지 않았다.

안철수는 지난 대선 때 그가 말한 것처럼 후보를 양보한 게 아니었다. 후보 자리를 문재인에게 내던지고 돌아섰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진정어린 양보일 필요는 없다. 문재인을 돕는 게 자신의 정치적 성장에 필요하다는 약간의 정치이성을 발휘하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양보했는데 왜 정권교체를 못했느냐”고 묻고 싶다면 자신에게도 해봐야 한다. 그는 이렇게 첫 실패를 경험했다.

“늘 야당의 통합과 정권교체를 위한 선택을 해왔습니다”라는 주장은 절반만 맞는 말이다. 대선 패배 후 신당을 추진하던 그는 거대 양당의 기득권을 깨야 한다고 했다. 그런 그가 갑자기 신당을 포기하고 거대 정당과 통합해 당대표가 되었다. 그의 논리에 따르면 스스로 기득권의 핵심이 된 것이다. 두 번째 실패다. 이렇게 그의 정치적 위치와 판단이 바뀌는 동안에도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새 정치의 모호성이다. 간혹 그 모호성을 벗고 얼굴을 내민 경우가 있지만, 기초단체장 무공천처럼 새 정치의 크기에 어울리지 않는 사소한 것이었다. 그걸 합당 정신으로까지 격상, 불가침 선언을 했지만 당내 여론에 밀려 또 포기해야 했다. 세 번째 실패다. 당을 혁신한다고 비전위원회를 구성하고도 아무것도 못한 점은 네 번째 실패로 꼽을 만하다. 결국 정권교체의 전망도, 혁신도 없이 당대표 자리에서 물러났다. 다섯 번째 실패다.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이 혁신전당대회 개최 요구 기자회견 후 인사하고 있다._경향DB



이 정도면 다음 당대표가 자신만큼 못한다 해서 당대표를 비난하는 건 비양심적이다. 그런데 안철수는 후임 당대표가 혁신에 실패하고 정권교체 전망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집중 공격했다. 말인즉 다 옳지만 그는 그 실망스러운 현실에 조금이라도 책임을 져야 할 당사자였다. 문재인의 혁신위원장, 인재영입위원장 제의를 모두 거절하고 혁신의 기회를 차버린 건 그 자신이었다. 자기는 실천할 능력도 의지도 없었던 일로 남을 공격하는 건 공정하지 못한 일이다. 문재인과 리더십 경쟁을 할 자신이 없어서 그랬다면 그건 문재인의 문제가 아니라 안철수의 문제다.

정말 혁신이 그의 최우선 관심사였다면 문재인과 한편이 되어야 했다. 물론 혁신을 위해 두 사람이 협력하고 경쟁하는 건 정치 경륜이 부족한 둘 모두에게 어려운 게임이다. 안철수로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문재인과 선명하게 대립하는 단순 구도 쪽이 더 마음이 편했을 것이다. 한마디로 혁신의 차이가 대결을 초래했다기보다 불편한 대립 관계가 차이를 만들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마찬가지로 안철수가 새 지도부 구성 방법의 차이로 문재인과 불화했다기보다 그들의 불화가 그 차이를 필요로 했다고 봐야 한다.

원내대표 경선 때 합의추대를 주장한 안철수의 논리대로라면 문·안 둘 중 하나를 탈락시키는 당대표 경선 대신 문·안 공동 지도체제를 제시했어야 한다. 하지만 안철수는 자기 일관성을 잃었다. 그의 눈앞에 보이는 딱 한 사람, 문재인 때문일 것이다.

전당대회는 새 지도부를 구성하는 여러 방법 중 더 나은 것일 수는 있다. 그러나 전대가 정권교체를 보장하는 것도 아니고, 탈당과 분당같이 야당의 운명을 좌우할 만큼 절대적인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기초 무공천에 부여했던 것만큼이나 전대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고 탈당했다. 여섯 번째 실패다.

정계 입문 3년의 짧은 기간, 중요한 국면에 야당의 정점, 한국 정치의 한가운데서 그는 너무나 중요한 결정을 해왔다. 대선출마와 사퇴, 신당, 합당, 당대표 선출과 사퇴, 탈당과 신당 재추진은 웬만한 정치 경륜으로도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다. 시행착오를 되새기는 조용한 성찰의 시간이 필요해 보이지만 그는 벌써 전국을 돌고 있다. 좋다. 박근혜 정권이 증명하듯 권력은 스스로 정당화하는 힘이 있다. 그가 총선에서 문재인 야당을 무너뜨리고 승리한다면 여섯 번의 실패는 성공의 길로 재포장되고, 그에게 쏟아지는 비판은 찬사로 바뀔 것이다. 대신 그때까지는 실패와 분열의 무거운 짐을 지고 가야 한다. 그런데 그는 요즘 해방감을 맛보는 표정을 하고 있다. 문재인 없는 정치의 행복일까? 이 땅에는 문재인만 살고 있지 않다.



이대근 논설주간



Posted by 경향 이대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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