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4차 핵실험이 기존 3차 핵실험과 다른 것은 핵실험 당시의 주변 정세이다. 1, 2차 핵실험은 북 핵 협상이 북측에 불리하게 전개될 때였다. 그 때의 핵실험은 그 국면을 북한에 유리하게 조성하기 위한 것으로 설명이 된다. 3차 핵실험 때는 북중관계, 남북관계, 북일관계, 북미 관계 모두 나쁜 상황이었다. 북한의 행동의 자유를 제약하는 것이 없었다는 점에서 역설적으로 핵실험하기 좋은 때였다. 그러나 이번 정세는 매우 미묘한 상황이었다. 여전히 북한의 대외관계가 좋은 것은 아니지만 주변국과 관계개선 노력을 하던 중이었다. 북중 양측은 김정은 등장 이후 냉랭한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남북도 지난 해 8·25 남북 고위급 접촉을 통한 합의, 지난 해 12월 남북 차관급 회담 등 관계 회복의 시도가 잇달았다. 차관급 회담 결렬로 관계 회복을 하지는 못했지만, 최소한 대결 국면에서는 벗어나 있었다. 북일관계 역시 진전은 없지만, 일본인 납치자 재조사를 진행하는 상황이었다.

경향신문 이대근 논설위원(사진)은 9일 공개한 <이대근의 단언컨대> 제 102회 ‘확성기와 통일이 북핵해법?’에서 “북한의 4차 핵 실험은 꽉 막힌 정세를 돌파하기 위한 것도 아니고, 주변 관계가 악화될 대로 악화되어 핵실험으로 내몰리는 상황도 아니었다”며 “북한의 노력으로 대외관계를 조심스럽게 회복하려던 시점에 왜 스스로 모든 대외관계를 최악으로 만들 도발을 했는지, 핵실험할 생각이었으면 대외관계에는 왜 신경을 썼던 것인지 적어도 외부인의 시선으로는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정일 시대의 도발 역시 이해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무엇을 겨냥한 것인지 외부세계가 이해할 수 있는 정도의 신호는 보냈다. 그런데 김정은은 비합리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혼란스러운 신호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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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과 상대하기의 어려움

적어도 대외관계로 보았을 때 12월부터 북한 동향을 복기해 봐도 북한이 핵실험이란 충격파를 던질 준비를 했다는 징후를 전혀 보여주지 않았다. 물론 김정은은 지난 해 12월 10일 김일성이 1948년 12월 자체 개발한 기관총 첫 시험사격했던 곳을 현지지도 하면서 “핵폭탄 수소탄의 거대한 폭음을 울릴 수 있는 강대한 핵보유국이 됐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이 때 외부세계는 북한이 수소폭탄 개발 능력 없다며 그 말을 무시했다. 당시 상황을 고려해도 핵실험할 분위기는 아니었다. 모란봉 악단 베이징 방문중이었고 남북차관급 회담이 예정되어 있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방북을 협의중이었고 1월 1일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핵문제를 거론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이제 핵실험이라는 관점에서 다시 살펴보면 숨겨진 장면들을 찾을 수는 있다. 우선 수소폭탄 발언이 생뚱맞은 것이 아니라, 핵실험 준비하고 있다는 신호였던 것이다. 그 발언을 한지 이틀 만인 12일 북한은 남북 차관급 회담을 결렬시키고, 모란봉 악단을 베이징에서 철수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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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 사흘 뒤인 15일 김정은은 노동당 군수 공업부 수소탄 시험 준비 정황 보고서에 결재했다. 결재하면서 ‘2016년의 장엄한 서막은 첫 수소탄의 장쾌한 폭음으로 열어 제낄 것’이라고 적기까지 했다. 그리고 18일 지난 1월 3일 수소탄 실험 최종 명령서에 서명하고 사흘 뒤인 6일 핵실험을 한 것이다. 이는 김정은이 적어도 12월부터 핵실험 준비를 하면서 유화적 조치들도 병행했다는 걸 말해준다. 왜 그랬을까? 핵실험을 숨기기 위해서? 3차 핵실험까지는 공개적으로 했는데 왜 이번엔 숨겼을까? 수소폭탄 실험이라는 새로운 핵개발의 진전에 대해 미중 강대국들이 예민하게 반응, 여러 가지 방법으로 핵실험을 무산시킬 것을 걱정해서 그랬을까? 미국이 선제공격 할까 두려워서 그랬을까?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6일 수소탄실험에 서명하는 김정은 제1위원장의 모습을 공개했다. _ 연합뉴스




북한은 공화국 성명에서 이례적으로 “먼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어떤 경우에도 관련 수단과 기술을 이전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고 천명했다. 이건 미국의 강경 대응을 누그러뜨리려는 의도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미국이 선제공격할 만큼 심각하게 받아들일 것으로 판단한 김정은이 기존 핵실험 때와 달리 비밀리에 핵실험을 준비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런 해석이 타당하다면, 대외관계 개선 움직임은 단지 핵실험을 숨기기 위한 제스처, 도구에 불과했다는 것인데, 대외관계의 우선 순위가 낮다고 해도 이렇게 일회용 속임수를 해야 했을까? 지금 외교의 중요성이 떨어진다 해도, 언젠가 북한에게도 외교가 필요할 텐데, 이렇게 외교적 조치조차 믿을 수 없는 것으로 만들어 버리면, 누가 김정은과 성의껏 대화하려고 할까? 북한이 자기 발등을 찍는 어리석은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최대 피해자가 된 중국

①중국 국익의 침해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웃 국가에서 핵실험을 했다는 자체가 중국을 불편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주변 안정을 최우선 외교정책으로 삼는 중국의 국익을 해치는 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런 일을 저지른 북한이 중국의 통제 밖이라는 사실을 새삼 국제적으로 확인하기 까지 했다.

②중국에 돌아올 대북 제재의 불똥

유엔 제재외에 미국과 일본이 각각 독자적인 제재까지 할 움직임이다. 북한에 대한 직접 제제 뿐 아니라 북한과 거래하는 제3자도 제재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당연히 제3자에는 중국기업들이 대부분 일 것이다. 북한 제재하기 위해 중국이 제재를 당하는 일이 생기게 된 것이다.

③고고도 미사일방어체제 배치론

북한의 도발로 미국에서 벌써 중국이 예민하게 여기는 사드 배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의 압력이 커지면 한국 정부도 기존의 모호한 입장을 유지하기가 곤란해질 수 있다. 이 경우 한미간 한반도 사드 배치로 기울 수 있는 것이다. 이는 북핵실험이 중국을 겨두는 창으로 돌아온다는 뜻이다.

④한미일 3각 협력체제의 구축

그동안 아베정권의 과거사 인식 문제로 동북아에서 한중관계 밀착, 한일관계 소원을 통해 중일 갈등 구도에서 상대적으로 중국이 유리한 위치에 있었다. 그러나 북핵문제로 한일간 안보협력을 명분으로 다시 한일 관계를 개선하고, 나아가 한중 관계가 벌어지고 미국 주도로 한미일 3각 협력 체제까지 강화되면 이는 곧 중국이 동북아에서 불리한 구도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⑤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 강화

미국이 이번 핵실험을 계기로 중국을 견제하는 아시아 재균형 정책의 정당성을 다시 확인하고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사드 배치니 미군의 전략 자산 배치니 하는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사드 배치는 중국이 강력 반발했던 것이니 더 말할 나위 없다. 북핵 위협에 대응하는 미군의 전략 자산 배치도 마찬가지다. 이는 모두 중국 견제용으로도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 제1위원장의 특사인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지난 2013년 5월 24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겸 당 총서기를 예방했다. _ 연합뉴스



⑥해결책임도 떠안게 된 중국

이런 문제가 생기면 으레, 미국은 중국이 대북 압박을 강화, 북한의 태도를 바꿔놓아야 한다고 압력을 가하고는 한다. 대북 영향력이 가장 큰 국가가 중국이니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대북압박과 설득에 앞장서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란 쓸수록 힘이 빠지는 이상한 것이다.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대북 압박을 하면 양국 관계가 악화되고 이는 중국의 대박 영향력을 약화시킨다. 양국 관계가 좋은 상태일 때 중국의 대북 영향력의 잠재력은 있지만, 칼을 빼드는 순간 녹슨 칼이 되는 마법이 작용한다. 중국은 1차 핵실험 때 보다 2차 핵실험 때, 2차 핵실험 보다 3차 핵실험 때 더 강력하게 북한을 비판하고 압박했다. 그 결과, 북중관계는 나빠졌고, 중국의 대북 발언권도 그만큼 약화되었다. 북한이 중국의 말을 점차 듣지 않게 된 것이다.

그래도 미국은 중국 더러 강력한 대북 제재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할 것이고, 덩달아 한국도 그럴 것이다. 그 때문에 중국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중국은 이렇게 핵실험에 가장 피해를 보는 당사자인데도 책임도 떠맡는 곤란한 처지가 되었다.

■박근혜 정부, ‘북핵 방치’ 책임

북핵 문제는 워낙 까다로운 현안이고, 김정은이란 인물은 예측불허이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가 김정은의 북핵 문제에서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다. 북핵문제에 진전이 없다고 일방적으로 비판한다면 박근혜 대통령으로서는 억울할 것이다. 사실 북핵 문제를 관리하는 것만 해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므로 북핵 정책을 평가할 때 진척 정도를 기준으로 하기 보다 더 이상 악화시키지 않기 위해 얼마나 적극적으로 대처해왔는지 살펴보는 게 더 타당하다. 자, 그럼 박 대통령은 북핵 악화를 막기 위해 무엇을 했는가?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 이래 미국과 함께 북한이 먼저 핵을 폐기해야 한다는 선핵 폐기 입장 말고는 적극적인 비핵화 정책이 없었다. 민주화 이후 북핵 문제에 이렇게 소극적인 정부, 무대책으로 일관한 정부가 없다. 이명박 정부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비핵화 해법을 제시하고 미국이 적극 북미협상에 나서도록 설득하며 비핵화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핵실험 유예나 핵 가동 동결이라도 이끌어 내야 했다. 그러나 미국과 함께 전략적 인내, 혹은 선의의 무시 전략으로 일관, 북한에 핵개발의 자유를 부여하고 말았고 그 결과가 바로 4차 핵실험이다. 4차 핵실험은 어떤 측면에서 박근혜 정부의 정책의 결과라고 할 수도 있다. 북한의 핵실험하도록 방치했기 때문이다.

북한 핵문제를 정부가 너무 방치한다는 비판에 직면하자 박 대통령의 모종의 대응 조치를 취하기는 했다. 바로 지난 해 10월 한미정상에서 최고의 시급성을 갖고 북핵문제를 다루자고 합의한 것이다. 그러나 이 합의 이후 한미 양국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한 일은 아무 것도 없었다. 당초 이 합의가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박 대통령이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부탁, 이런 용어를 발표하자고 했을 것이다. 그런 빈말이라도 기록으로 남겨야 할 만큼 박 대통령은 북핵 문제를 소홀히 한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었다. 그만큼 박 대통령은 북핵 문제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관련기사 : 한미 정상 “북핵 문제 최고 시급성, 확고한 의지 갖고 다룰 것”

북핵 문제는 일단 북한이 핵개발하면 대응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데 그 심각성이 있다. 개성공단 철수, 사드 배치, 미군의 전술핵 재배치, 한국 핵무장까지 거론되고 있지만, 이는 모두 핵개발을 막는 조치가 아니라 보복 조치 혹은 사후 방어 조치에 불과하다. 북한의 핵개발 상황을 바꾸지는 못하는 것이다. 게다가 그런 대응은 모두 비이성적이고 비현실적이다. 대북 제재 강화 역시 북한이 한국전쟁 이래 제재를 받아 오며 생존해왔기 때문에 효과도 없다. 중국이 북한을 봉쇄하지도 않을 것이다. 쿠바식 봉쇄를 거론하기도 하지만,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해 대쿠바 정책은 실패했다며 쿠바 봉쇄를 풀고 국교정상화를 했듯이 제재로 상대국의 행동을 바꾸는데 성공한 전례가 없다. 이런 문제의 성격 상 사후 제재가 아니라 사전 핵개발 차단 조치를 정부가 주도적으로 했어야 했다. 이제 와서 제재로 상황을 되돌리기는 너무 어렵다.

■두 개의 북핵 정책…‘통일’과 ‘확성기’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해 9월 통일이 북핵 문제의 해법이라는 말을 한 바 있다. 이는 북핵 문제에 관심이 없다는 뜻이다. 통일 될 때 까지 기다리면 된다는 말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또한 북한 붕괴론이기도 하다. 북한이 붕괴되어 남한이 흡수해버리면 골치 아픈 북핵 문제 다루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이다. 말하자면 박 대통령에게 통일론은 대북정책 실패 은폐용이자 북핵 방치에 대한 자기 변명이기도 한 것이다. 이게 박 대통령의 유일한 북핵 정책이었다. 아니, 북핵 개발 촉진책이 아니었을까? 변형된 북한 붕괴론인 통일론이 기승부리는 상황이라면, 북한의 관점에서 체제를 지키기 위해 핵무기에 매달리는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북핵 정책은 대북확성기를 통한 심리전 방송이다. 북한이 핵실험을 했는데 정부가 할 수 있는 가장 눈에 띄는 대응 조치가 대북 선전 방송이라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고백을 한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다. 수소폭탄을 확성기로 막겠다는 발상과 다를 게 별로 없다.



대북확성기 방송을 재개하기로 한 지난 8일 육군 장병들이 경기 연천군 중부전선에 위치한 대북확성기 위장막을 걷어내고 있다. _ 사진공동취재단


■호미로 막을 일 가래로 막는다

미국은 북한이 대륙간 탄도 미사일 실험 성공하고 핵탄도 소형화에도 성공해서 미 대륙이 북한 핵 위협 아래 놓일 때까지 기다리느라 손 놓고 있는 건가? 미국은 그렇다 해도 한국은 당면한 심각한 위협이라면서도 왜 박근혜 정부는 그토록 북핵 문제에 무관심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북한은 당초 북핵 개발을 협상용으로도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제 값을 쳐주지 않자 핵 개발로 곧장 나아간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제 협상하려면 북한 핵의 값이 매우 비싸졌다. 북한은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것을 요구하며, 핵폐기가 아닌 핵군축하자고 나서고 있다.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 실험도 작년 5월, 11월, 12월 세 차례나 했다. 탐지 안되게 핵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춤으로써 2차 공격력 확보하려는 것이다. 2차 공격력을 갖추면 북한은 명실상부한 억지력을 행사하게 된다. 그 때도 북한 비핵화가 가능할까? 아마 한국과 미국은 엄청난 대가를 지불해야 할 것이다. 앉아서 그 때가 오기를 기다려야 하나?



정리 |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이대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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