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에서 ‘불패’의 새누리당이 완패했다. ‘필패’의 더불어민주당은 완승했고, 창당한 지 두달된 국민의당이 돌풍을 일으켰다.

경향신문 이대근 논설위원(사진)은 15일 공개한 팟캐스트 <이대근의 단언컨대> 제110회 ‘두 양당은 어디로?’에서 이번 총선 결과를 분석하고 향후 정국을 전망했다. 이대근 논설위원은 “야당이 대안인지를 가릴 만큼 냉정하게 판단할 수 없을 정도로 8년 보수 정권에 쌓인 불만이 폭발했다”면서 “결과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탄핵”이라고 말했다. “응징하겠다는 의지가 콘크리트를 뚫고 나올 기세가 아니면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으로 “시민의 지혜가 선거 구도의 한계를 돌파”했다는 것이다. 이대근 논설위원의 말을 들어보자.



■ “분노가 너무 컸다”

이번 총선은 그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정권 심판론’과 ‘경제실정’ 등 정책 경쟁이 없는 문제 투성이 선거였다고 했다. 여야 불문하고 각 당이 공천 잡음에 휩싸여 지지자를 실망시키고 있다고 했다. 여야 대결 구도가 형성되지 않은 이상한 선거 국면이라고 했다. 야당 간 분열과 대립으로 야권이 공멸할 것이라고 했다. 한 야당은 당대표가 물러나고 갑작스럽게 현 정권 창출에 기여한 인물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로 영입해야 할 정도로 당 조직에 문제가 많았다. 다른 야당은 탈당파로 급조한 선거용 임시 정당 같았다. 왜 이런 정당이 정권 심판의 주체가 되었던 것일까? 박근혜 정권의 실정에도 불구하고 야당이 대안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박근혜 정권을 견제하지 못했다는 것이 그동안의 일반적 평가였다. 그런데 이번엔 야당이 시민들의 눈에 대안세력으로 보인 것일까?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와 신당 창당을 추진 중인 안철수 의원이 2015년 12월30일 서울 도봉구 창동성당에서 열린 고(故)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4주기 추모미사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두 사람의 만남은 지난 13일 새벽 문 대표가 탈당을 만류하기 위해 안 의원의 서울 노원구 자택을 찾은 후 17일 만이다. _ 강윤중 기자



가능한 설명 하나는 분노가 너무나 컸다는 것이다. 야당이 대안인지를 가릴 만큼 냉정하게 판단할 수 없을 정도로 8년 보수 정권에 쌓인 불만이 폭발했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에 실망하고도 기대를 접지 않고 보수정권을 연장해줬더니 나라를 이 지경으로 몰아갔다’며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고 한 것 같다. 사실 박근혜 정권은 3년 내내 퇴행적이었지만, 이번엔 좀 심했던 것이 사실이다. 선거를 코 앞에 둔 민감한 시기에 박대통령이 막후가 아닌 전면에 나서 온갖 볼썽사나운 모습을 스펙터클 하게 드러내면서 박근혜 정권 실패를 극적으로 부각시켰다. 말하자면 지지층이 박대통령을 포기해도 마음의 부담이 없을 만큼 편안한 이탈 분위기를 만들어준 것이다. 결과는 박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탄핵이었다.

시민들이 일단 박 대통령을 탄핵하기로 결심하자 전에는 결코 하지 않을 행동을 했다. 복잡한 선거 구도에도 불구하고 미로를 찾아가듯 기어코 숨겨진 골대를 찾아 골을 넣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은 것이다. 시민들은 온갖 난관을 돌파하며 곡예와 같은 투표를 했다. 야당 성향 유권자는 지역에서는 더민주를 찍고, 정당투표는 더민주나 국민의당을 선택했다. 중도보수 성향 유권자는 지역구에서는 새누리당을 찍으면서도 정당 투표는 국민의당에 하거나, 아예 지역구 및 정당투표를 국민의 당으로 몰아주었다. 보수 성향 유권자는 더민주를 찍을 수는 없었지만, 국민의당을 선택함으로써 새누리당 득표율을 낮춰 더민주에게 기회를 준 것이다. 야당 지지자들은 더민주가 다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므로 더민주가 착각하지 못하게 호남은 국민의 당에 넘겨주었다. 응징하겠다는 의지가 콘크리트를 뚫고 나올 기세가 아니면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시민의 지혜가 선거 구도의 한계를 돌파한 것이다.

겉으로 보면 이 현상은 야당에 관한 한 보상 체계가 무너진 것처럼 보인다. 잘하면 상주고 못하면 벌줘야 하는데 못해도 상을 준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야당이 안심하면 안 된다. 야당의 압승에도 두 야당의 문제가 해결된 것도 아니고 시민들이 그걸 모르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박근혜 정권을 벌주기 위해 불가피하게 두 야당을 잠깐 심판의 도구로 빌려 쓴 것 뿐이다. 박근혜 정권 심판이 우선이라서 야당에 대한 평가는 미루어 둔 것 뿐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 새누리당은 재기할까?

새누리당이 2004년 제2당으로 전락했을 때는 박근혜 비대위원장이라는 강력한 지도자가 있었다. 지금 그런 지도자가 없다. 김무성·오세훈·김문수 다 패자들이다. 자격이 없다. 원유철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았다는 사실 자체가 새누리당의 위기를 말해준다. 당장 새누리당을 이끌 지도자가 없다. 거대 야당과 대통령 사이에서 제 역할을 할지 알 수 없다. 전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를 이행하기만 하면 됐지만, 이제 그럴 상황이 아니다. 재집권이 목표라면 박 대통령을 넘어야 할지도 모른다. 박 대통령에게 따질 건 따지고, 야당의 요구도 적당히 수용해야 한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 앞에서 선거에 진 죄인이다. 속으로는 박대통령 때문에 졌다고 생각하겠지만, 겉으로는 ‘잘 모시지 못해서’라고 자책할 것이다. 그런 입지에서는 박대통령을 제어하기 어렵다. 자칫 대통령과 야당의 틈에 끼여 옴짝달싹 못하는 처지로 전락할 수 있다.

4·13 총선 대패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해단식에서 고개를 숙여 생각에 잠겨 있다._권호욱 선임기자


■ 박근혜 대통령은 고개를 숙일까?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을 맡으면서 처한 환경은 박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에 잘 맞았다. 정책이 옳고 그른지 따지지 않고 무조건 응원해주는 견고한 지지층. 대통령 시키는 대로 충실히 잘 따르는 여당. 국회를 좌우하는 여당의 과반의석. 게다가 무기력한 야당. 그런데 지지층이 이탈했다. 대통령만 믿고 따르다 망했다고 생각하는 여당은 앞으로도 그 길로 갈지 고민하게 될 것이다. 여당 과반의석이 무너졌다. 야당은 무기력증을 털고 일어설 기세다. 박 대통령이 처한 유리한 환경은 하나도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며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비선실세’ 의혹과 관련된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_정지윤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바뀌는 수밖에 없다. 야당과 대화해야 한다. 하지만 타협과 양보는 박 대통령이 잘 할 줄 모르는 분야이다. 박 대통령은 혼자 결심하면 그걸 당과 정부 국회가 알아서 집행하는 방식으로 국정 운영을 해왔다. 그렇게 자신에게 가장 익숙하고 가장 잘 할 수 있는 조건에서 했는데도 이런 성적을 냈다. 그런데 이제는 그로서 가장 서툰 일을 해야 한다. 그가 원하는 의제를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방법으로 하는 게 아니라, 야당이 무엇을 원하는지 듣고 그걸 받아들여야 하고, 받아들이고 싶지 않으면 과거와 달리 야당을 이해시키고 설득해야 한다. 그 것도 야당이 두 개다. 국민의당을 잘 설득해야 한다. 게다가 새누리당도 과거의 새누리당이 아니다. 재집권을 하려면 박 대통령 하라는 대로 할 수 없는 처지다. 새누리, 더민주, 국민의당 하나하나 다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국정의 중추로 인정해야 한다. 이것이야 말로 진짜 정치, 제대로 국정을 할 수 있는 기회이지만, 문제는 이게 그에게는 전혀 익숙지 않은 낯선 방식이라는 것이다.

그가 강할 때 지지층도 결집하고 야당도 눈치를 봤다. 그가 약해지면 지지층이 흩어지고 야당도 무시한다. 그렇다고 강하게 나갈 상황도 아니다. 낯 선 환경속의 박 대통령은 자신을 180도 바꾸지 않으면 페이스를 잃고 무너져 내릴 수 있다.

■ 국민의당 하기에 달렸다

캐스팅 보트를 쥐었기 때문에 가장 주목해야 할 정당이다. 창당 2개월 된 신생 정당이자 정체성이 정립되지 않은 모호한 정당이 정국을 주도해야 할 상황이라면 정국은 안개 속에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20대 총선으로 조성된 정국은 박 대통령과 여당으로서도 처음이지만 당연히 국민의 당도 처음이다. 국민의 당이 잘 해낼 수 있을까?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14일 서울 마포구 당사에 들어오며 김성식 당선자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_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먼저 국민의당 정체부터 살펴보자. 국민의 당은 한마디로 이질적인 것들의 혼합물이다. 우선 당내에 진보, 중도, 보수가 다 있다. 스스로 지향성을 그렇게 정해서 그런 것이기도 하지만, 실제 구성원들의 색깔도 제 각각 다르다. 인물을 일별하는 것만으로도 국민의당의 특징을 알 수 있다. 안철수, 정동영, 천정배, 박지원, 김한길, 박주선, 이상돈 등. 이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유일한 끈은 반문재인이다. 그들이 아무리 다양하다 해도 하나의 틀로 포괄할 수 있으면 그 다양성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반문재인으로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아직 이들을 하나로 묶어줄 수 있는 단단한 끈이 눈에 띠지 않는다. 안철수, 당 지도부, 의원, 당원, 지지자가 일체성을 이루는 정당도 아니다.

그렇다면 중구난방이 될 수 있다. 국민의당은 김대중 대통령의 유지를 강조하면서 햇볕 정책 계승을 자처한다. 그런데 안 대표는 안보에 관한 한 보수라고 자처했다. 자기 정체성과 안 맞는 것이다. 새 정치라는 구호와 달리 컷오프 대상, 탈당자들의 모임으로 출발했다. 더민주와의 관계에서는 독자파와 통합파가 섞여 있다.

노선, 정책도 뚜렷하지 않다. 호남으로 기운 것도 바로 이런 자기 정체성을 세우지 못했기 때문에 지역에 의존한 결과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로 인해 호남과의 결합이 지속 가능한 것인지도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더민주와의 차별성도 불분명하다. 아직은 더민주의 비주류 정당에 머물러 있다. 더민주와 통합할지의 과제도 있다. 국민의당은 존재의 이유를 설명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 시민들이 국민의당을 찍은 것은 적극적인 선택이 아니라, 양당에 대한 거부감의 결과이기 때문에 계속 지지할 근거를 마련해줘야 한다. 그래서 당분간 불안정한 3당 체제가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이른 시일 내에 제3당의 정체성을 정립해야 한다.

아마도 국민의당은 더민주와 박근혜 정권 사이를 중재하거나 상황에 따라 더민주 편, 박근혜 정권 편을 들며 자기 위상을 높이려 할 것이다. 이 때 새누리당의 2중대로 전락하지 않으면서 정국을 주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향후 정국 전망

더민주당을 기준으로 두 가시 시나리오를 생각해 볼 수 있다.

① 파국

여야가 좀처럼 타협을 하지 않는 상황이다. 박 대통령과 여당이 여전히 총선 이전의 자세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는 경우이다. 이에 맞서 야당은 야당대로 국회 다수당의 힘으로 맞서면서 국정이 표류하고 대결 정치가 펼쳐진다. 이 경우 시민들 사이에서 박근혜 정권 실정을 심판하면 뭔가 나아질 줄 알았는데 달라진 게 없다는 불만이 나오면서 여야 모두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비등하면서 야당 책임론이 고개를 든다.

② 대화의 정치

더민주가 국민의당과 협력해 국정을 주도하는 것이다. 힘의 한계를 깨달은 박근혜 대통령과 여당도 야당에 일정한 양보를 하고, 야당 역시 정권으로부터 얻어낼 것은 얻어내고 타협할 것은 타협도 하면서 대화의 정치를 편다. 주요 쟁점들을 청와대와 여야 지도부가 수시 협의를 하면서 풀어나간다. 더민주가 정국을 주도하되 대결은 피하면서 안정적 국정을 가능케 하는 것이다. 그 결과, 더민주의 집권 비전이 돋보이고 지지율은 높아진다.

③ 현실적 시나리오

현실은 아마 양 극단의 두 시나리오 사이 어딘가에서 펼쳐질 것이다. 파국을 불사한 대결의 정치는 피하지만, 그렇다고 더민주 주도로 원만한 국정을 펴는 것도 아닌, 일면 대화하고 일면 대결하거나 교착 국면을 맞는 상황이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

■ 더민주의 빛과 그림자

더민주는 이제 국정에 대해 책임을 공유해야 하는 입장이 되었다. 제1당의 위치에 있기 때문에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야당이 아니라, 대안을 제시하고 집권세력을 견인하면서 집권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다. 소수 야당과 달리 책임감이 크고 더 어려운 길을 가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15일 국회에서 열린 20대 국회의원선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발언을 위해 단상으로 향하며 비대위원과 당직자 등의 박수를 받고 있다. _ 강윤중 기자



박 대통령이 던진 의제를 어떻게 반대할 것인가 하는 편한 입장에서 벗어나, 어떤 의제를 제시하고 집권세력을 설득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갈등 이슈로 맞설 것인가, 합의 가능한 이슈로 타협하며 물러설 것인가. 더민주는 정권과의 충돌로 공동 책임론에 휩싸일까, 반대로 지지자를 결집하는 효과를 낼까. 갈등을 피한다고 양보하고 타협만 하다 지지층을 잃을까.

만의 하나 박근혜 대통령이 거대 야당과 힘겨루기 하다 국회 심판론을 들고 나올 수도 있다. 그게 야당이 소수당이었을 때는 허구였지만, 정치공세였지만 여소야대 조건에서 실제 상황이 될 수 있다.

국민의당과의 관계 설정도 잘 해야 한다. 우당, ‘형제당’으로 받아들인 것인지 적대관계, 경쟁관계로 설정할 것인지에 따라 정국의 방향이 완전히 달라진다. 준비 안된 승리를 손에 거머 쥔 더민주당 바짝 긴장해야 한다. 개혁 실패 열린 우리당의 길을 되짚어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정리|정희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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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경향 이대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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